허리디스크, MRI 사진보다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
“허리디스크 같은데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당기거나 저리기 시작하면 많은 분들이 디스크를 먼저 떠올립니다. 이미 MRI에서 “디스크가 있다”는 말을 들은 분이라면 허리가 다시 아플 때마다 그 디스크가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한의원에서 허리디스크 환자를 볼 때는 MRI에 디스크가 보이느냐만 확인하지 않습니다.
지금 어느 동작에서 아픈지, 허리에서 끝나는지 다리까지 이어지는지, 저림이나 감각 변화가 있는지, 다리에 힘이 빠지지는 않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1]
MRI도 중요하지만 사진과 현재 증상을 서로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허리가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도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 퇴행이나 돌출 같은 변화가 상당히 흔하게 관찰됩니다.[4] 반대로 디스크 돌출이나 탈출 등의 일부 MRI 소견은 허리가 아픈 사람에서 더 흔하게 발견되기도 합니다.[5]
따라서 “MRI가 의미 없다”가 아니라, 영상과 현재 증상이 서로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허리가 아파요”보다 무엇을 더 말해야 하나요?
허리디스크를 판단할 때는 통증의 위치만큼이나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생기는지가 중요합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요통과 하지방사통의 부위, 시작 시점, 통증 양상,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줄이는 요인, 관련 증상과 과거력을 먼저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1]
진료를 받기 전 다음 정도를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 허리를 숙일 때 아픈가?
- 뒤로 젖힐 때 아픈가?
- 오래 앉아 있으면 심해지는가?
-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심해지는가?
- 허리에만 아픈가?
- 엉덩이·허벅지·종아리·발까지 증상이 내려가는가?
- 통증뿐 아니라 저림이나 감각 둔함도 있는가?
-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는가?
-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허리나 다리 통증이 달라지는가?
- 언제부터 시작됐고 무엇을 하다가 생겼는가?
- 이전에 MRI·CT 검사나 시술·수술·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가?
특히 제가 진료실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어떤 동작에서, 어느 부위까지 증상이 나타나는가”입니다.
단순히 “허리가 아프다”는 것보다 원인을 좁히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숙이면 아프면 무조건 디스크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생기거나 오래 앉아 있기가 어렵고 엉덩이와 다리까지 증상이 이어진다면 추간판이나 신경근과 관련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 서 있거나 걸을수록 다리가 불편하고 앉거나 허리를 약간 숙였을 때 편해지는 양상이라면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다른 원인도 살펴봐야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동작만으로 병명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허리를 숙이거나 젖힐 때 생기는 통증은 근육과 인대, 척추 주변 관절, 추간판 등 여러 구조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허리 통증을 볼 때 추간판탈출증뿐 아니라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골절, 감염 등 여러 질환을 감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1]
| 현재 나타나는 상황 | 생각해 볼 원인군 | 진료에서 더 확인할 내용 |
|---|---|---|
| 허리 중앙이나 한쪽이 주로 아프고 다리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 근육·인대, 척추관절, 추간판성 통증 등 | 압통 위치, 허리 움직임과 통증 변화 |
| 오래 앉거나 숙일 때 허리와 다리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 추간판 및 신경근 자극 가능성 | 방사통 위치, 하지직거상검사, 감각·근력 |
| 엉덩이에서 종아리나 발까지 저리고 당긴다 | 신경근 자극을 동반한 추간판탈출증 등 | 증상 분포가 신경의 영역과 맞는지 |
| 오래 서거나 걸을수록 다리가 힘들고 앉으면 편하다 | 척추관협착증 등 | 보행거리, 양측 여부, 자세와의 관계 |
|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삔 뒤 갑자기 아프다 | 요부 염좌, 근육·인대 손상, 추간판 손상 등 | 발생 과정과 이후 방사통 여부 |
| MRI에는 디스크가 있지만 증상의 위치가 잘 맞지 않는다 | 다른 통증 원인이 함께 있을 가능성 | 영상 소견과 현재 진찰 결과의 일치 여부 |
이 표는 자가진단표가 아닙니다.
어떤 가능성을 먼저 확인할지 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허리디스크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한의학에서 허리디스크를 본다고 해서 디스크라는 구조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요추 추간판탈출증 환자를 평가할 때 하지직거상검사, 근력과 감각, 심부건반사를 확인하고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를 진단 과정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1]
그 위에 한의학적인 판단을 하나 더 합니다.
“같은 디스크 진단을 받은 환자인데 왜 아픈 모습은 서로 다른가?”를 보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요통을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신허(腎虛), 담음(痰飮), 식적(食積), 좌섬(挫閃), 어혈(瘀血), 풍(風), 한(寒), 습(濕), 습열(濕熱), 기(氣)의 열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3]
현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진단 알고리즘에도 이러한 변증 체계가 반영돼 있습니다. 요추 추간판탈출증을 확인한 뒤 다시 내상(內傷), 외상(外傷), 육음(六淫) 등의 틀에서 환자의 증상을 살펴보도록 구성돼 있습니다.[1]
예를 들어 무거운 것을 들거나 갑작스럽게 허리를 삔 뒤 통증이 시작된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좌섬(挫閃)의 범주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타박이나 외상 이후 특정 부위의 통증이 뚜렷하게 지속되는 경우에는 어혈(瘀血)의 관점도 살펴봅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반복되는 허리의 약화와 통증 양상에서는 신허(腎虛) 등 다른 변증 가능성을 함께 봅니다.[1][3]
중요한 것은 이것을 단순하게 연결하지 않는 것입니다.
“L4-5 디스크가 있으면 어혈이다”처럼 MRI의 한 부위와 특정 한의학적 변증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영상검사는 구조적인 상태를 확인하는 자료이고, 한의학적인 변증은 통증의 발생 과정과 양상, 다른 증상을 함께 살펴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MRI에서 같은 부위의 디스크가 확인된 환자라도 실제 치료 내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어떤 순서로 확인하나요?
먼저 한의원에서 일반적인 허리디스크 치료를 해도 되는 상황인지를 확인합니다.
다리에 힘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거나, 양쪽 다리에 심한 감각 변화가 생기면서 소변이나 대변 조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회음부 감각이 둔해진다면 일반적인 허리디스크 치료보다 추가적인 검사가 우선입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마미증후군의 적색 신호로 배뇨장애, 회음부 감각 이상, 양측 하지 약화와 저림, 급격한 근력 저하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1]
발열을 동반한 심한 허리통증, 큰 외상 이후 발생한 통증, 암 병력이나 감염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 역시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1]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다음과 같이 확인합니다.
1단계. 통증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합니다.
허리 중앙인지 한쪽인지, 엉덩이까지인지, 허벅지나 종아리·발까지 내려가는지를 봅니다.
2단계. 어떤 동작과 자세에서 달라지는지 확인합니다.
숙이기, 젖히기, 앉기, 서기, 걷기와 통증의 관계를 확인합니다.
3단계. 신경학적인 변화가 있는지 봅니다.
하지직거상검사와 함께 다리의 근력, 감각, 반사 등을 살펴봅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진단 알고리즘에도 이 과정이 포함돼 있습니다.[1]
4단계. 필요한 경우 영상검사와 현재 증상을 비교합니다.
MRI나 CT가 있다면 영상에 보이는 추간판의 위치와 현재 다리 증상이 서로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5단계. 한의학적인 변증을 더합니다.
증상이 시작된 과정과 통증의 양상, 환자의 전체 상태를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정합니다.[1][3]

예전에 찍은 MRI도 가져가는 게 좋을까요?
네. 기존 검사 결과는 도움이 됩니다.
특히 언제 촬영했는지와 당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를 함께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MRI는 추간판의 탈출 위치나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검사입니다.[1]
다만 영상에서 보이는 변화가 지금의 통증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증상자를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디스크 퇴행이나 팽윤, 돌출 등 여러 퇴행성 변화가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확인됐으며, 나이가 증가할수록 그 빈도가 증가했습니다.[4]
한편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디스크 팽윤, 돌출, 탈출 등 일부 MRI 소견이 요통이 있는 사람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습니다.[5]
두 연구를 함께 보면 결론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MRI 소견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MRI 소견 하나만으로 현재 통증의 원인을 결정해서도 안 됩니다.
현재 증상과 진찰 결과가 영상과 맞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의원에서는 허리디스크를 어떻게 치료하나요?
치료도 앞에서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결정합니다.
통증이 허리에 국한되어 있는지, 다리까지 내려가는지, 신경학적 변화가 있는지, 급성인지 만성인지, 어떤 움직임에서 불편한지에 따라 침, 약침, 추나, 한약 등의 치료를 선택하거나 조합할 수 있습니다.[1][2]
2021년 발행된 「요추 추간판 탈출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성인 요추 추간판탈출증의 증상 개선을 위해 침치료와 추나치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약과 약침 역시 환자의 상태와 치료 조합에 따라 고려하도록 제시돼 있습니다.[1]
이 지침의 개발 과정과 권고 내용을 GRADE 방법론을 중심으로 정리한 논문도 2022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2]
침치료에 대해서는 요추 추간판탈출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시험들을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이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침치료가 통증 및 기능과 관련해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지만, 연구진 역시 보다 엄격하게 설계된 대규모 임상시험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6]
약침 역시 요추 추간판탈출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이 발표돼 있으며 통증과 기능에 대한 개선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다만 포함된 연구들의 질과 규모에 한계가 있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7]
결국 중요한 것은 “디스크라는 병명이 같으니 치료도 모두 똑같다”가 아니라 현재 환자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증상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것입니다.
허리디스크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엇인가요?
허리만 아플 수도 있고 엉덩이와 다리로 통증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신경근이 자극되면 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근력 저하가 동반되기도 합니다.[1]
하지만 허리가 아프다고 모두 디스크는 아니고, 다리가 저린다고 모두 디스크도 아닙니다.
그래서 증상의 위치와 양상뿐 아니라 진찰 결과를 함께 봐야 합니다.
허리디스크 초기 증상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나요?
자가진단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진료 전에 다음 세 가지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 통증이나 저림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다리의 감각이나 힘이 달라졌는지.
이 세 가지는 실제 진료에서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존 MRI나 CT가 있으면 다시 찍어야 하나요?
무조건 다시 촬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영상의 촬영 시점과 당시 증상, 현재 증상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반대로 이전과 달리 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감각 이상이 새롭게 생기는 등 신경학적인 변화가 있다면 추가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1]
허리디스크를 볼 때 중요한 것은 MRI 속 디스크의 크기 하나가 아니라, 그 변화가 현재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는 것입니다. 실제 영상과 증상이 맞지않는 환자군도 꽤많기때문입니다.
진료를 앞두고 있다면 며칠 동안 “어떤 동작에서, 어느 부위까지, 어떤 느낌으로 아팠는지”를 한번 적어보십시오.
진료실에서 원인을 판단하는 데 꽤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참고문헌
[1] 대한침구의학회. 『요추 추간판 탈출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2021. ISBN 979-11-5955-787-3.
[2] Goo B, Jo MG, Kim EJ, et al. Korean Medicine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Lumbar Herniated Intervertebral Disc in Adults: Based on Grading of Recommendations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 (GRADE). Healthcare. 2022;10(2):246. DOI: 10.3390/healthcare10020246.
[3] 허준. 『동의보감』 외형편, 허리(腰), 「10가지의 요통(腰痛有十)」.
[4] Brinjikji W, Luetmer PH, Comstock B, et al.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f Imaging Features of Spinal Degeneration in Asymptomatic Populations. AJNR American Journal of Neuroradiology. 2015;36(4):811-816. DOI: 10.3174/ajnr.A4173.
[5] Brinjikji W, Diehn FE, Jarvik JG, et al. MRI Findings of Disc Degeneration Are More Prevalent in Adults With Low Back Pain Than in Asymptomatic Control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JNR American Journal of Neuroradiology. 2015;36(12):2394-2399. DOI: 10.3174/ajnr.A4498.
[6] Tang S, Mo Z, Zhang R. Acupuncture for Lumbar Disc Hernia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cupuncture in Medicine. 2018;36(2):62-70. DOI: 10.1136/acupmed-2016-011332.
[7] Byun DY, Kim H, Han SH, et al. Pharmacopuncture for Lumbar Herniated Intervertebral Disc: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omplementary Therapies in Clinical Practice. 2021;43:101369. DOI: 10.1016/j.ctcp.2021.101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