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안면마비) 양방으로? 한방으로?

오늘은 흔히 구안와사라고 부르는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한쪽 입꼬리가 움직이지 않거나,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고 물을 마실 때 한쪽으로 새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는 뚜렷한 외상이나 다른 질환 없이 갑자기 한쪽 얼굴에 마비가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다행히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지만, 마비 정도가 심하거나 회복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얼굴의 움직임이 충분히 돌아오지 않거나 연합운동과 같은 후유증이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안와사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안와사가 생기면 어떤 치료를 할까요?

의과에서는 발병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가 표준적으로 사용되며 경우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침 치료를 중심으로 약침, 한약 등의 한의치료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행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환자분들이 자주 묻습니다.

저는 이 질문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안와사 치료를 한의치료와 의과치료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에 대한 침 치료는 생각보다 많은 임상연구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11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침 치료군, 스테로이드 치료군, 경과관찰군을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전반적인 개선율이 각각 96.4%, 86.9%, 89.5%로 나타났습니다.

119명 대상 연구침 치료스테로이드 치료경과관찰
전반적 개선율96.4%86.9%89.5%

※ 세 군 사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세 군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침 치료가 안면신경마비 회복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는 점을 보여준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130명 규모의 임상시험에서는 침 치료군의 총 유효율이 97%, 약물치료군은 77%로 보고되었으며,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주간 치료한 연구에서도 침 치료군에서 치료율과 House-Brackmann grade가 더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130명 대상 연구침 치료약물치료
총 유효율97%77%

물론 이러한 개별 연구들은 연구 규모와 설계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숫자 하나만 가지고 “침 치료가 무조건 더 우수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스테로이드만 치료했을 때와 침을 함께 치료했을 때

320명의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환자를

침 치료군 / 침+양약 병행치료군 / 양약 치료군

으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

전체 치료율 자체는 세 군 사이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완치율에서는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침+양약 병행치료군은 67%, 침 치료군은 59.8%, 양약 치료군은 16.8%로 보고되어 침 치료를 시행한 두 군에서 더 높은 완치율이 관찰됐습니다.

320명 대상 연구침+양약 병행침 치료양약 치료
완치율67%59.8%16.8%

10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침+양약 병행치료군의 완치율은 75%, 침 치료군은 75.7%, 양약 치료군은 57.1%였습니다.

108명 대상 연구침+양약 병행침 치료양약 치료
완치율75%75.7%57.1%

중국 4개 병원에서 시행된 대규모 다기관 연구에서도 약물치료와 침 치료를 비교했는데, 세 군 모두 치료 후 호전되었지만 침 치료를 시행한 군에서 상대적으로 더 좋은 치료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환측의 지창(ST4), 협거(ST6), 양백(GB14), 하관(ST7), 예풍(TE17)과 합곡(LI4) 등의 혈자리가 사용되었습니다.

실제 한의원에서 구안와사를 치료할 때도 이러한 안면부 및 원위부 혈자리를 환자의 마비 상태와 회복 단계에 따라 활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어떻게 권고할까요?

여러 임상연구를 종합한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환자에게

이 권고는 권고등급 A, 근거수준 Moderate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구안와사가 생겼을 때 “스테로이드를 다 먹어보고 그래도 안 나으면 한의원에 가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임상진료지침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한의치료를 굳이 뒤로 미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급성기에는 침 치료를 함께 시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구안와사는 대부분 어느 정도 회복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히 “좋아졌느냐”만 가지고 치료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질환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충분히 회복되는지, 회복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후유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입니다.

특히 처음 마비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눈이 잘 감기지 않거나 입이 돌아가는 증상뿐 아니라 이후 얼굴을 움직일 때 눈과 입이 같이 움직이는 연합운동(synkinesis) 등의 후유증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안와사가 발생했다면 한쪽 치료만 고집하기보다는 급성기에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고, 동시에 침을 비롯한 한의치료를 적극적으로 병행하는 것.

현재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과 여러 임상연구를 살펴보았을 때 제가 구안와사 환자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치료 방향입니다.

복한의원에서는 환자의 마비 정도와 발병 시기, 회복 과정 등을 살펴 침·약침·한약 등 필요한 한의치료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바탕으로 구안와사의 침 치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