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엘보, 마사지로 풀면 낫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부개3동에서 진료하고 있는 복한의원 원장입니다.

테니스를 치거나 골프를 하시는 분들뿐 아니라 마우스를 많이 쓰거나, 물건을 반복해서 들거나, 손을 많이 사용하는 분들 중에는 팔꿈치 바깥쪽이나 안쪽 통증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영상을 보면 이런 내용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여기를 1분만 눌러보세요.”

“5분만 스트레칭하면 테니스엘보가 좋아집니다.”

실제로 따라 해보면 신기하게 통증이 조금 줄어드는 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테니스엘보는 굳은 근육을 마사지해서 풀어주면 해결되는 문제일까요?

제가 진료실에서 테니스엘보 환자분들을 치료하면서 느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테니스엘보는 단순히 근육이 뭉쳐서 생긴 통증이라기보다는, 손과 손목을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힘줄에 부담이 오랫동안 누적된 상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테니스엘보는 단순한 근육통과 다릅니다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을 많이 했다든지, 하루 종일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든지 해서 팔 전체가 뻐근한 경우라면 단순한 근육 피로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충분히 쉬고 사용량을 줄이면 비교적 빨리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테니스엘보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팔꿈치 바깥쪽 뼈에는 손목과 손가락을 펴는 근육의 힘줄이 붙어 있습니다.

물건을 꽉 쥐거나, 손목을 뒤로 젖히거나, 라켓을 잡거나, 마우스를 반복해서 사용할 때 이 힘줄에는 계속 장력이 걸립니다.

이런 동작이 수개월, 때로는 수년 동안 반복되면 힘줄이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또다시 자극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힘줄 조직의 상태가 점차 변하고, 통증이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테니스엘보는 단순히 “염증이 조금 생겼다” 정도로 보기보다는 힘줄 자체에 변성이 진행된 건병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사지하면 왜 바로 덜 아플까요?

팔꿈치 통증이 있는 분들이 마사지를 하고 나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원장님, 눌렀더니 바로 덜 아픈데요?”

실제로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통증 자극뿐 아니라 압박, 접촉, 진동 같은 여러 감각을 동시에 받아들입니다.

아픈 곳을 강하게 문지르거나 압박하면 촉각 자극이 증가하면서 통증이 일시적으로 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때 흔히 관문조절이론을 이야기합니다.

주변 근육이 긴장되어 있던 경우에는 마사지를 통해 근육 긴장이 줄어들면서 편안해지는 느낌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마사지 직후 통증이 줄어드는 것과 힘줄 자체가 회복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마사지한 뒤 잠시 괜찮아서 다시 평소처럼 물건을 들고 손을 쓰면 몇 시간 뒤 또는 다음 날 다시 통증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테니스엘보를 단순히 “근육이 뭉쳤으니 풀면 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아픈 힘줄을 계속 세게 누르는 것은 오히려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아픈 곳을 찾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팔꿈치 뼈 주변을 꾹꾹 누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사지볼을 대고 강하게 문지르기도 하고, 아플수록 더 세게 눌러야 풀린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주변 근육이 많이 뭉쳐 있다면 전완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민해진 힘줄 부착부를 반복해서 강하게 누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테니스엘보에서 중요한 것은 아픈 곳을 얼마나 많이 풀었느냐가 아니라,

왜 이 힘줄에 계속 부담이 들어가고 있는지를 찾는 것입니다.

팔꿈치가 아파도 원인은 손목과 손의 사용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니스엘보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분들이 팔꿈치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손목과 손의 반복적인 사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건을 꽉 쥐는 동작,

마우스를 오래 사용하는 동작,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드는 동작,

수건을 짜는 동작,

테니스 라켓이나 골프채를 강하게 쥐는 동작처럼

손목과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팔꿈치 바깥쪽 힘줄에 부담이 전달됩니다.

그래서 치료를 할 때도 팔꿈치 한 곳만 보는 것보다는 손목과 전완부 전체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근’과 ‘경근’의 관점에서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근육과 힘줄처럼 몸을 움직이고 관절을 잡아주는 조직을 오래전부터 ‘근(筋)’의 개념으로 다뤄왔습니다.

또한 근육과 힘줄이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는 기능적인 흐름을 경근의 관점에서도 살펴봅니다.

현대 해부학의 힘줄 하나와 한의학의 근이나 경근이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통증이 있는 한 점만 보지 않고 움직임 전체를 함께 본다는 점에서는 임상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팔꿈치 바깥쪽만 아프다고 해서 그 부분만 치료하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꽉 쥐었을 때 통증이 생기는지,

손목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재현되는지,

전완부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되어 있는지,

손목의 움직임이 부드러운지,

어깨와 팔의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팔꿈치가 더 많은 부담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부분을 함께 확인합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통증이 있는 부위뿐 아니라 그 부위와 연결되어 움직이는 근과 경근의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테니스엘보에서 침치료를 많이 활용합니다

테니스엘보는 침치료가 비교적 잘 활용되는 근골격계 질환 가운데 하나입니다.

외측상과염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도 침치료 후 통증과 팔의 기능, 악력 등이 개선되는 결과들이 보고되어 왔습니다.[1][2]

제가 실제로 치료할 때도 단순히 팔꿈치 아픈 곳에 침 몇 개를 놓고 끝내지는 않습니다.

팔꿈치 주변의 통증 부위와 힘줄 부착부를 살펴보고,

전완부에서 지나치게 긴장된 근육을 찾고,

손목 움직임에 관여하는 근육과 경근의 상태를 함께 확인해서 치료합니다.

침치료는 과도하게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통증을 조절하면서 팔꿈치와 손목의 움직임을 회복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기침이나 약침치료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아픈 곳을 계속 문지르는 것과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어디가 아픈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곳에 계속 부담이 걸리고 있는지까지 함께 치료하는 것입니다.

통증이 줄었다고 바로 다시 많이 쓰면 재발하기 쉽습니다

테니스엘보 치료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통증이 조금 줄었다고 해서 바로 원래처럼 팔을 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치료를 받고 당일에는 많이 좋아졌는데 며칠 뒤 다시 아프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 다시 평소와 똑같은 양으로 손과 팔을 사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힘줄이 반복적인 과사용으로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회복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테니스엘보 치료를 세 가지 과정으로 봅니다.

첫 번째는 현재의 통증을 줄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팔꿈치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는 손과 손목의 사용 방식을 교정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통증이 줄어든 뒤 힘줄이 다시 부하를 견딜 수 있도록 적절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가야 치료가 안정적으로 진행됩니다.

마사지보다는 스트레칭과 운동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테니스엘보에서 마사지보다는 적절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힘줄은 단순히 쉬게만 한다고 좋아지는 조직이 아닙니다.

통증이 어느 정도 조절된 뒤에는 적절한 자극과 부하를 주면서 다시 힘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팔꿈치와 손목 주변 근육을 천천히 늘려주는 스트레칭,

손목을 움직이는 근육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운동,

그립을 지나치게 강하게 잡지 않는 습관,

손목을 반복적으로 뒤로 젖히는 동작을 줄이는 것 등이 중요합니다.

결국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지금 안 아픈 상태”가 아닙니다.

다시 물건을 들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해도 팔꿈치가 버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테니스엘보는 왜 이렇게 오래갈까요?

팔꿈치 통증으로 오시는 분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오래가요?”

“다른 곳은 금방 나았는데 팔꿈치는 왜 몇 달씩 아파요?”

힘줄의 특징을 이해하면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힘줄은 근육보다 혈액 공급과 대사가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 속도도 느린 조직입니다.

게다가 테니스엘보는 한 번 크게 다쳐서 생기는 경우보다는 오랫동안 반복적인 자극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밧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새 밧줄은 단단하고 섬유가 가지런합니다.

하지만 계속 잡아당기고 비틀고 사용하면 조금씩 섬유가 흐트러지고 닳기 시작합니다.

힘줄도 비슷합니다.

반복적인 부하가 계속되면 콜라겐 배열이 흐트러지고 조직의 성질이 변하면서 통증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증은 며칠 전에 시작됐다고 해도 실제 힘줄의 변화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됐을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에게도 힘줄의 퇴행성 변화는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젊은데 왜 퇴행성이라는 말을 쓰나요?”

이런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퇴행성 변화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조직에 미세한 변화가 누적되었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현대인은 생각보다 손을 많이 씁니다.

휴대전화를 하루 종일 사용하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반복해서 쓰고,

운동을 하고,

육아를 하고,

조리나 작업을 하면서 손과 손목을 계속 사용합니다.

그래서 테니스나 골프를 하지 않는 분에게도 테니스엘보와 골프엘보가 흔하게 생깁니다.

근육통인지 힘줄 문제인지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팔을 갑자기 많이 쓴 다음 근육 전체가 넓게 뻐근하고 며칠 쉬었을 때 빠르게 좋아진다면 단순한 근육 피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힘줄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팔꿈치 바깥쪽이나 안쪽 뼈 주변을 누르면 아픈 경우,

컵이나 프라이팬을 들 때 아픈 경우,

수건을 짜거나 문고리를 돌릴 때 통증이 생기는 경우,

물건을 꽉 쥐면 팔꿈치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손목을 움직일 때 팔꿈치 통증이 재현되는 경우,

쉬었는데도 통증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

통증 때문에 물건을 들 때 힘이 빠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상태라면 계속 마사지하면서 기다리기보다는 어떤 힘줄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테니스엘보는 ‘풀어주는 치료’보다 ‘회복시키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테니스엘보 환자분들에게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팔꿈치가 굳어서 생긴 병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마사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테니스엘보는 단순히 뭉친 것을 풀어준다고 해결되는 병이 아닙니다.

반복적인 과사용으로 힘줄에 부담이 쌓이고, 힘줄과 주변 근육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한의학적으로도 통증 부위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와 손목을 움직이는 근육과 힘줄, 경근의 긴장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침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이고 주변 근육의 긴장을 조절하면서,

손과 손목의 사용 방법을 교정하고,

적절한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힘줄이 다시 힘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저는 테니스엘보 치료에서 이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분 만에 통증이 없어졌다”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다시 손을 쓰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해도 통증이 반복되지 않도록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1. A Multi-Center International Study of Acupuncture for Lateral Elbow Pain – Results of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2. Acupuncture in Chronic Epicondyliti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손목 통증, 아픈 위치부터 살펴봐야 하는 이유

손목 통증에서 가장 먼저 기억할 점은, ‘손목이 아프다’는 말만으로 원인을 하나로 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손목은 작은 공간 안에 여러 개의 뼈와 관절, 인대, 힘줄, 신경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손목 통증’이라도 엄지손가락 쪽이 아픈지, 손바닥 쪽이 아픈지, 새끼손가락 쪽이 아픈지에 따라 살펴봐야 할 문제가 달라집니다.[1]

저는 한의원에서 손목 통증을 볼 때도 단순히 “여기가 아프군요” 하고 통증 부위에만 침을 놓기보다 어디가 아픈지, 어떤 동작에서 아픈지, 저림이 동반되는지, 손목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일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손목 통증’은 어디까지일까요?

여기서는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이나 집안일, 운동, 반복적인 손 사용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생긴 손목 통증을 주로 다룹니다.

물건을 들 때 아픈 경우, 손바닥을 짚을 때 아픈 경우, 병뚜껑을 돌리거나 수건을 짤 때 아픈 경우, 엄지를 움직일 때 손목까지 당기는 경우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넘어지거나 부딪친 직후 심한 통증과 부종이 생겼거나 손목 모양이 달라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손목에는 작은 골절이나 인대 손상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상골 골절처럼 초기 단순 X-ray에서 바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외상 후 통증이 뚜렷하다면 단순한 ‘손목 삠’으로 생각하고 오래 버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1]

즉, 이 글은 뚜렷한 큰 외상이 없는 손목 통증을 어떻게 구분해서 볼 것인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손목이 아파요”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가장 아픈가요?

가능하다면 손가락 하나로 가장 아픈 곳을 짚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엄지손가락과 이어지는 손목 바깥쪽이 아프고 엄지를 움직이거나 물건을 집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드퀘르벵 건초염처럼 엄지 힘줄 주변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손바닥 쪽의 불편감과 함께 엄지·검지·중지 쪽으로 저림이 나타나고 특히 밤에 심하다면 단순한 손목 근육통보다는 정중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처럼 통증의 정확한 위치와 저림의 분포는 손목을 진찰할 때 상당히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1]

어떤 동작을 할 때 아픈가요?

가만히 있을 때보다 특정 동작에서 아픈지도 중요합니다.

손목을 뒤로 젖힐 때, 물건을 꽉 쥘 때, 엄지를 벌릴 때, 컵이나 프라이팬을 들 때처럼 통증을 유발하는 동작을 찾아보면 어느 조직에 부담이 집중되는지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단순히 통증의 강도만 묻기보다는 “무엇을 할 때 가장 불편한가요?”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실제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손목만 볼까요? 팔까지 같이 볼까요?

손목이 아프다고 항상 손목에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림이나 당김이 손에서 팔까지 이어진다면 손목 주변 신경뿐 아니라 팔꿈치와 전완부, 경우에 따라 목에서 내려오는 신경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목 신경 증상을 평가할 때 목과 팔꿈치 등 상지 전체를 함께 확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1]

특히 컴퓨터 작업이나 손을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는 분이라면 하루 중 언제 심해지는지, 특정 작업을 몇 시간 정도 하고 나면 나타나는지도 중요한 문진 내용입니다.

이전에 다친 적은 없었나요?

몇 달 전 넘어졌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나, 과거 골절이나 인대 손상이 있었거나, 손목 보호대·주사·물리치료 등을 받은 적이 있다면 꼭 말씀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의 통증이 새로 발생한 문제인지, 이전 손상이 남아 반복되는 것인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손목 통증을 어떻게 볼까요?

한의학에서는 관절과 근육, 힘줄 주변에서 생기는 통증과 저림, 움직임의 불편을 전통적으로 비증(痺證)이나 경근병(經筋病)의 범주에서 설명해 왔습니다.[6][7]

‘비’라는 말에는 막혀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반복적인 사용이나 외상, 긴장 등이 누적되면서 특정 부위의 기혈 운행과 경근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통증과 뻣뻣함이 나타난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실제 진료에서 이런 전통적인 표현만 가지고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손목의 어느 구조에 부담이 집중되어 있는지, 압통점이 어디에 있는지, 힘줄을 움직였을 때 통증이 재현되는지, 신경 증상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그 위에 한의학적인 경근과 경락의 흐름을 더해 침치료 부위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손목이 아프더라도 아픈 손목 한 군데만 치료하기보다는 전완부의 긴장된 근육과 힘줄,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까지 함께 살펴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치료는 손목 통증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까요?

손과 손목 질환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10개의 무작위대조시험, 총 622명을 분석했습니다. 연구마다 대상 질환과 치료법이 달라 결과를 단순하게 하나로 합치기는 어렵지만, 일부 손·손목 질환에서 침치료가 단기간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2]

특히 엄지손가락 쪽 손목이 아픈 드퀘르벵 건초염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시험에서는 68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 5회의 침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침치료군은 대기군보다 통증 감소가 더 컸고 손의 악력·집기 기능과 상지 기능 평가에서도 개선이 관찰됐습니다.[3]

따라서 힘줄 주변의 과사용성 손목 통증에서 침치료를 단순히 통증을 잠시 가리는 치료 정도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손·손목 통증과 기능을 평가한 임상연구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다만 ‘손목 통증’이라는 이름 아래 골절, 인대 손상, 건초염, 신경 압박을 모두 묶어 침을 맞으면 무조건 좋아진다고 설명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어떤 조직이 문제인지 먼저 구분해야 침치료도 제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도 그냥 손목 통증인가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에 있는 통로인 수근관 안에서 정중신경이 압박되는 신경 포착 질환입니다. 단순히 손목이 뻐근한 증상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침치료에 대해서는 비교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손목 질환이기도 합니다.

2023년 16개 무작위대조시험, 1,025명을 포함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침치료를 다른 치료에 추가했을 때 통증, 증상의 정도, 손 기능 및 일부 신경전도 지표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다만 포함된 연구의 질 때문에 근거 수준은 낮거나 매우 낮게 평가됐습니다.[4]

흥미로운 연구도 있습니다. 2017년 《Brain》에 발표된 무작위 연구에서는 실제 침치료가 가짜 침치료와 비교해 정중신경의 감각신경전도와 뇌의 감각영역 변화에 차이를 보였으며, 이러한 변화 가운데 일부는 이후 증상 개선과도 연관돼 있었습니다.[5]

즉, 침치료를 단순히 ‘맞는 순간 통증만 덜 느끼게 하는 치료’로 설명하기에는 실제 임상적·신경생리학적 연구 결과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라면 어떻게 볼까요?

하루 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마우스를 오래 쓴 날에만 엄지손가락 쪽 손목이 뻐근했는데, 최근에는 컵을 들거나 가방을 들 때도 같은 부분이 아픕니다. 손가락 저림은 없고 엄지를 움직일 때 통증이 더 심해집니다.

이 경우라면 곧바로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엄지 쪽 힘줄과 건초에 반복적인 부담이 생긴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밤마다 엄지·검지·중지가 저려 잠에서 깨고 손을 털면 조금 편해지는 사람이라면 같은 손목 통증이라 하더라도 신경 압박 여부를 좀 더 중요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손목 통증은 통증의 이름보다 이러한 차이를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다음에는 무엇을 확인하면 될까요?

원인이 궁금하다면 ‘엄지 쪽 손목이 아픈 경우’, ‘새끼손가락 쪽 손목이 아픈 경우’, ‘손바닥을 짚을 때 손목이 아픈 경우’처럼 위치와 동작에 따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 압박 질환이므로 별도의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는 것이 적절합니다. 침치료가 실제 손목 통증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하다면 드퀘르벵 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연구가 비교적 축적된 질환부터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생활 관리 역시 원인이 정해진 뒤 보호대를 언제 사용하는지, 어떤 동작을 줄일지 등을 따로 설명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가 왜 아픈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손목이 아플 때 가장 아픈 위치와 통증을 만드는 동작, 저림의 유무, 반복적인 손 사용과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막연했던 ‘손목 통증’의 범위를 상당히 좁힐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도 이 구분이 먼저입니다.

그다음 힘줄과 근육의 긴장, 압통점과 신경 증상을 살피고 한의학적인 경근·경락의 관점을 함께 적용해 침치료의 위치와 방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침치료는 손·손목 통증, 드퀘르벵 건초염, 손목터널증후군 등에서 실제 임상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통증과 기능 개선을 뒷받침하는 결과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손목 통증은 원인이 서로 다른 질환들이 모여 있는 증상이므로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내 손목은 언제, 어느 부위가, 어떤 동작에서 아픈가’를 먼저 구분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참고문헌

Evaluation and Diagnosis of Wrist Pain: A Case-Based Approach

The Effect of Acupuncture on Hand and Wrist Pain Intensity, Functional Status, and Quality of Life in Adults: A Systematic Review

Acupuncture for de Quervain’s tenosynoviti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cupuncture for carpal tunnel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ewiring the primary somatosensory cortex in carpal tunnel syndrome with acupuncture

The evolution of related names of Bi syndrome and the theory of etiology and pathogenesis

XUE Li-gong’s clinical thinking of treating meridian sinew painful impediment with elongated-round needle by untying method

Management of Carpal Tunnel Syndrome: Evidence-Based Clinical Practice Guideline